나이 마흔이 넘은 강원도의 이 미혼여성은 눈가에 슬픔이 가득 고여있었다.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장녀인 이 여인 혼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동생들을 모두 뒷바라지 하느라 혼기도 놓치며 지내왔었다. 그것 뿐이면 다행이다. 이 여인에게 의지하고 있는 영혼 둘이 있었으니, 바로 전생의 오빠와 남편이었다. 전생오빠는 그 당시 사고로 반신이 불수인 상태였고, 전생남편은 풍을 맞아 역시 반신불수였다.
이 여인은 전생에 오빠와 남편을 부양하기 위해 일제시대 조그만 가내술집을 운영하기도 했었다. 그렇게 전생에 희생하며 이 남자 둘을 죽을 때까지 부양했는데, 금생에 또 이 여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. 귀신의 몸 상태가 이러했으니 그 마음의 고통은 얼마나 극심했을까? 본인은 금생에 집안을 뒷바라지하느라 그렇게 힘든줄로만 알고 있었다. 지금 살아계신 어머니 역시 이 귀신들의 영향을 받아 몸 왼쪽 부분이 저리며 마비가 오고 있었다. 오빠영혼은 동생이 이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지만, 자기자신의 상태가 그런지라 동생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의지하고 있었다.
남편영혼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이 여인에게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. “한 번 지어미는 영원한 지어미지” 라고 외치면서 이 여인의 희생을 당연시여기고 있었다. 그러니 이 여인이 결혼이 불가능하게 되어있다. 이 여인은 치악산 구룡사에 자주 올라가 기도하면서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. 마침내 자비로운 치악산 산신(山神)이 움직였다. 자기인생을 희생하면서 묵묵하게 가족으로서 전생에 이어 금생에도 의무를 다하는 이 여인을 딱하게 여겨 구원해주고자 내게 보냈다. 올 봄에 치악산으로 기도를 다녀왔었다. 전생오빠와 남편의 집착을 떼주고 몸을 깨끗하게 치유해주고 부처님 국토로 인도해주었다. 이렇게 전생인연이 해소되었다. 전생오빠와 남편을 저 세계로 인도해주는 것으로 인연을 마무리지은 것이다. 이 모두가 신과 부처님의 가피였다.
인연이 자기를 힘들게 한다고 여겨 그 인연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바람에 몇 생(生)을 두고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흔하게 보아온 나로서는 이런 경우는 참 드물었다. 인연에게서 도망친다고 의무가 면해지는 것이 아니라, 더욱더 강하게 더 큰 의무가 주어진다. 이 착한 여인은 가족인연에 대한 의무를 다함으로써 그 동안에 업장도 소멸되고, 앞으로 행복한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.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. 지금 세태를 보면 좀 힘들다고 금생의 인연에 대한 의무를 회피한 잘못으로 내생(來生)이 이미 담보잡히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. 그러면 신을 믿어도 신이 도와주지 않는다. 자기 할 바를 마땅히 해야만 신이 도와주는 것이다.
한국불교하이붓다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산4길 28-8